명절 보이스피싱, 택배·가족 사칭부터 AI 음성 조작까지…건당 평균 피해액 2244만원까지 커진 이유

택배 상자를 기다리는 마음이 커지는 명절 연휴, 정작 이 틈을 정확히 노리는 쪽은 따로 있습니다. 대부분 '설마 나한테' 하고 넘기지만, 최근 5년 통계를 보면 건당 평균 피해액이 3년 만에 4.6배로 뛰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수도권에 거주하며 명절마다 부모님 댁을 오가는 입장에서 보면, 정작 위험한 건 젊은 세대의 스마트폰이 아니라 부모님 세대의 문자함일 때가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명절 보이스피싱, 이른바 명절보이스피싱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했는지, 실제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가족 단위로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를 공식 자료와 기사 내용을 근거로 정리합니다.
택배·과태료 사칭, 명절마다 반복되는 대표 수법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명절 전후에는 선물 배송과 택배 이용이 늘어나는 시기 특성을 노린 스미싱이 집중적으로 늘어납니다. '택배 주소지가 잘못됐다', '배송이 불가능하다', '과태료·범칙금이 미납됐다'는 문자로 출처 불명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하게 유도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 링크를 누르는 순간 휴대전화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개인정보와 금융정보가 빠져나가고, 심한 경우 단말기가 원격으로 조종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감염된 휴대전화로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에 전화를 걸어도 사기범에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택배·과태료 확인이 필요하면 문자 속 링크가 아니라 해당 기관의 공식 홈페이지나 대표 전화번호로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족 사칭 AI 음성 조작과 해외여행 외화 거래 사기
명절에는 가족·지인 간 연락이 평소보다 잦아지는데, 이 심리적 방심을 이용한 수법도 함께 늘어납니다. 미성년 자녀의 이름과 다니는 학교, 학원명까지 언급하며 납치를 빙자해 겁을 준 뒤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자녀 목소리를 인공지능으로 조작해 들려주는 방식까지 등장해 정상적인 판단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남은 외화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개인 간 거래로 처분하는 경우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기범이 시세보다 높은 환율이나 웃돈을 제시해 경계심을 푼 뒤 신속한 거래를 유도하는데, 본인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범죄자금 세탁에 연루될 수 있습니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제안받거나 거래 상대방과 입금자 명의가 다르면 즉시 거래를 중단하는 게 안전합니다.
상대방이 이름·전화번호를 알고 있어도, URL 접속이나 앱 설치를 요구하면 일단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보상 빙자 사기와 신청 안 한 카드 배송
최근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자 이를 악용하는 사기도 늘고 있습니다. 사기범은 '개인정보 유출로 대포통장이 개설됐다', '명의도용 범죄에 연루됐다'며 불안감을 자극하거나, 반대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며 특정 웹페이지 접속을 유도한 뒤 피싱사이트로 연결하거나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합니다.
신청한 적 없는 카드가 배송됐다며 접근해 카드 발급 취소를 위해 특정 연락처로 전화하라고 안내하는 수법도 있습니다. 배송원이 알려주는 번호로 전화하면 또 다른 사기범이 받는 구조이므로, 이런 경우는 반드시 전화를 끊고 '내 카드 한눈에' 서비스로 실제 발급 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을 사칭해 구속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며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은 전화로 이런 방식의 압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5년간 피해 통계로 보는 명절 보이스피싱의 현실
금융당국 집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추석 연휴 기간 발생한 보이스피싱은 총 1만7493건, 연평균 약 3499건입니다. 건수만 보면 2021년 4677건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드는 흐름이지만, 피해액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연도별 추석 연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피해액
| 연도 | 피해 건수 | 피해액 |
|---|---|---|
| 2020년 | 2,453건 | 237억원 |
| 2021년 | 4,677건 | 228억원 |
| 2022년 | 4,084건 | 223억원 |
| 2023년 | 3,147건 | 348억원 |
| 2024년 | 3,132건 | 703억원 |
건당 평균 피해 규모를 보면 변화가 더 뚜렷합니다. 2021년 약 487만원이었던 건당 평균 피해액이 2024년에는 약 2244만원으로, 3년 만에 4.6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소액을 빼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피해자를 장시간 통제하며 예금 해지, 대출 실행, 현금 전달까지 유도하는 고액 편취형 범죄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해 추석이 포함된 달 기준 서울이 516건·324억원, 경기남부가 402건·172억원의 피해를 냈습니다. 두 지역을 합치면 전국 피해액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수도권 거주자일수록 남의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추석이 포함된 달 전체 피해를 집계한 것으로, 명절 관련 사기 피해만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를 막는 안심차단서비스와 신고 절차

금융당국은 사후 대응뿐 아니라 사전 차단 장치도 안내하고 있습니다. '금융거래 안심차단서비스'에 가입하면 본인도 모르게 대출이 실행되거나 계좌가 개설되고 오픈뱅킹이 등록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이용 중인 금융회사 영업점이나 모바일뱅킹 앱, 금융결제원 어카운트인포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명절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기회에 금융앱에서 안심차단 가입 여부를 함께 확인해 보는 것도 실질적인 예방책입니다. 스마트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 세대일수록 정작 사기 문자를 분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녀 세대가 한 번씩 점검해 드리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이미 의심스러운 링크를 눌렀거나 금전을 이체했다면 즉시 거래 은행 콜센터에 전화해 지급정지를 신청하고, 경찰(112) 또는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해야 합니다. 의심되는 문자 자체를 확인하고 싶다면 카카오톡 '보호나라' 채널에 해당 문자를 복사해 붙여넣으면 악성 여부를 판정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10계명'에는 명의도용·수사 전화는 일단 끊기, 모텔 투숙 요구는 100% 사기, 가족도 AI 조작 의심 시 직접 확인, 타인 계좌로 대출금 상환 요구 거부, 앱 삭제·설치 지시 거절, 불분명한 링크 클릭 금지 등이 담겨 있습니다.

명절보이스피싱, 평소 스미싱·전화 사기와 뭐가 다른가
평소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명절 시기 사기의 차이는 '미끼'의 구체성에 있습니다. 평소에는 대출 상담이나 수사 기관 사칭이 많은 반면, 명절에는 실제로 그 시기에 일어날 법한 상황(택배 배송, 명절 선물, 해외여행 후 환전, 가족과의 연락 증가)에 맞춰 문자 내용이 정교하게 짜입니다. 그만큼 평소라면 의심했을 문자도 명절에는 경계심 없이 클릭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 핵심 차이입니다.
경찰청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도 추석이 포함된 달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크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난 만큼, 명절 시기를 노린 범죄가 특정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여러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됩니다. 이런 흐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없지만, 반대로 매년 반복되는 예방 캠페인 덕분에 피해 건수 자체는 조금씩 줄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명절 보이스피싱 의심 문자를 받으면 어디로 확인해야 하나요?
택배·과태료 관련 문자는 링크를 누르지 말고 해당 기관의 공식 홈페이지나 대표전화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의심스러운 전화나 문자는 국번없이 1394(피싱안심SOS) 상담전화로 문의할 수 있습니다.
Q. 이미 링크를 눌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URL을 눌렀더라도 곧바로 금융정보를 입력하거나 앱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악성 앱이 설치된 것으로 의심되면 전원을 끄거나 비행기모드로 전환해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서비스센터에서 앱 삭제, 단말기 초기화 조치를 받아야 합니다.
Q. 돈을 이미 이체했다면 어떻게 대응하나요?
즉시 거래 은행 콜센터에 전화해 지급정지를 신청하고, 경찰(112) 또는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해야 합니다. 신고가 빠를수록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명절 건당 평균 피해액이 실제로 얼마나 늘었나요?
2021년 약 487만원이었던 건당 평균 피해액이 2024년에는 약 2244만원으로 3년 만에 4.6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소액 편취보다 예금 해지, 대출 실행을 유도하는 고액 편취형 범죄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