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시험에서 AI로 99점을 받았다는 글 한 줄이 결국 600명의 중간고사를 통째로 날려버렸습니다. 본인은 자랑하려고 올린 글이었을 텐데, 그 글이 학교 전체를 들쑤셔 놓을 줄은 몰랐을 겁니다.
AI로 99점 받았다
건국대학교의 한 온라인 교양과목 중간고사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 19일 비대면으로 치러진 시험이었는데, 한 수강생이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후기 글이 발단이 됐습니다. 담당 교수는 이 글을 보고 곧바로 조사에 나섰고, 23일 건국대 측이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일이 커졌습니다.
해당 과목은 수강생이 600여 명에 달하는 대형 온라인 강좌였습니다. 비대면 시험 특성상 누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였는데, 이 틈을 노린 부정행위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결국 교수는 해당 중간고사 전체를 무효로 처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99점 자랑글이 불씨가 됐다
사건의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시험이 끝난 뒤 한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AI를 활용해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기를 올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자랑 섞인 글이었지만, 이 글을 본 다른 학생들과 학교 측이 가만히 넘기지 않았습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부정행위 의혹은 온라인 커뮤니티 제보와 실제 시험 결과를 종합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됐습니다. 점수 분포나 답안 패턴 같은 데이터를 함께 들여다보니,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실제로 조직적인 부정행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섰던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과목은 한국어 관련 교양 강좌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학생이 한 번에 듣는 대형 강좌인 만큼, 부정행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감독·녹화로도 못 막은 수법
더 놀라운 건 부정행위 방식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옷에 카메라를 달아 문제를 촬영하고, 이를 AI에 입력해 답을 받아내는 방식이 쓰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비대면 시험이라도 화면 녹화나 부분적인 감독 장치가 있었을 텐데, 이런 장치들로도 완전히 걸러내지 못한 셈입니다.
온라인 시험은 보통 본인 얼굴을 인증하거나 화면을 녹화하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옷이나 안경처럼 신체에 붙이는 소형 장비를 이용하면 이런 감독망을 피해 가기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이 때문에 비대면 평가 체계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감독관이 화면으로 지켜봐도 책상 아래나 몸에 숨긴 장비까지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왜 600명이 전부 책임져야 했나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전부 영향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담당 교수는 공지를 통해 부정행위로 인해 시험의 공정성과 변별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일부가 아닌 수강생 전원의 중간고사를 무효 처리하기로 한 것입니다.
건국대 측 설명에 따르면 오는 12월 14일 대면 방식으로 재시험이 치러질 예정입니다. 비대면으로 치렀던 시험을 아예 직접 얼굴을 보고 치르는 방식으로 바꾼 것인데, 이는 같은 방식의 부정행위를 애초에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600여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일정을 다시 맞춰 재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은 분명 부담입니다. 성실하게 시험을 치른 대다수의 학생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결정이지만, 평가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온라인 시험, 이대로 믿을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학교, 한 과목의 일회성 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생성형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글쓰기, 번역, 문제풀이까지 손쉽게 도와주는 시대가 됐고, 비대면 시험은 이런 흐름 앞에서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많은 대학이 온라인 강의와 비대면 평가를 확대했습니다. 당시에는 편의성이 강조됐지만, AI 활용이 일상화된 지금은 오히려 공정성을 지키기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대학들도 비대면 시험 방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감독 인력을 늘리거나, 아예 대면 평가로 전환하는 과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한 변화는 계속될까
건국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대면 평가 체계 전반을 들여다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 과목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다른 대형 온라인 강좌들도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이번 일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편법으로 얻은 점수는 결국 전체 평가 자체를 흔들 수 있고, 그 피해는 성실하게 시험을 치른 다수의 동료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입니다.
12월 재시험을 앞두고 건국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공정한 평가 환경을 어떻게 다시 세울지, 앞으로의 대응이 주목됩니다.